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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조차 낯선 익상편 눈 수술을 받은 지 어느덧 4주가 지났어요 간단할 거라 여겼던 수술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눈동자를 향해 조금씩 자라나던 흰 살을 긁어내는 수술이라니. 작년에 이미 권유를 받았지만, 두려움에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용기를 내어 받게 된 수술이었어요 회복 중 다시 한 겹을 벗겨내는 과정을 거쳐, 오늘에서야 실밥을 모두 제거했는데 눈보다 마음이 먼저 시원해져서 홀가분해졌습니다   괜히 어딘가에 앉아 있고 싶어 카페에 들렀어요 주문한 카페라떼는 고소한 향기를 가득 품은 채, 예쁜 하트 하나를 올리고 내 앞에 놓였는데 그 순간, 이상하게도 라떼가 아니라 나의 인생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채워진 잔. 젊은 날의 나는 저랬을까. 가능성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아직은 흔들림 없던 시절~   반쯤 마셨을 때도 하트는 여전히 선명했고요.조금의 손길에도 무너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바쁘고 정신없었지만 나름의 균형을 지키며 살아왔던 중년의 시간들과 닮아 보였어요   
그리고 3분의 2쯤 비워졌을 때, 하트는 조금 흐트러졌지만 여전히 하트였습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분명히 살아 있고, 의미를 잃지 않은 모습. 지금의 나처럼 말입니다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신 뒤, 텅 빈 잔 바닥에 여전히 남아 있는 희미한 하트를 오랫동안 바라봤습니다 더 이상 채워지지는 않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은 흔적~ 아마도 나는, 인생의 후반이 조금은 삐뚤어지고 고르지 않더라도 그렇게 남고 싶은 건 아닐까. 화려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조용히
“그 나름으로 참 괜찮았던 사람”으로 말이지요   오늘의 카페라떼는 유난히 천천히 식었고, 그 여운은 아직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답니다
[싱싱이]님 이2026-02-05 오후 6:45:44에 남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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