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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에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아침입니다. 계단 옆 국화꽃은 제 할 일을 모두 끝낸 듯, 머리 위에 하얀 눈 모자를 쓰고 조용히 서 있네요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며 축사로 향하는 길 뽀드득 뽀드득’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리고 하우스 위에도 눈이 꽤 많이 내려 있었어요  
  올해 첫눈이지만, 생각해보면 지난해에도 눈을 맞으며 절임배추 작업을 마무리했었지요. 이상하게 절임배추 시즌의 끝자락엔 늘 눈이 함께하네요.     올해도 지난해처럼 눈이 내리는 날, 마지막 택배 발송을 끝내며 35일간의 긴 여정을 마쳤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5일. 일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배추밭을 오가며 배추를 뽑아 나르고, 절이고 씻고 포장하고 운송장을 뽑고, 전화와 문자까지 처리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정말 그럴 때는 몸이 한두 개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그래도 점심식사 준비와 새참 챙기기 같은 일들은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지요. 지인께서 보내주신 어묵으로 추운 아침마다 뜨끈하게 끓여 낼 수 있엇고 모두가 힘을 모아야 가능했던 시간들이니까요. 오늘은 마지막 택배를 보내고 작업장을 청소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졌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도 없는 건 아니죠. 이번에는 같은 곳에 택배를 두 번 보내는 실수도 있었는데, 그냥 이웃 분께 나눔 하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받은 분께서 오히려 여기저기 알아보시고 직접 판매해서 금액을 입금까지 해주셨습니다. 이런 고객 분들 덕분에 힘든 일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끼곤 합니다.   돌아보면 매년 이맘때면 늘 손이 모자라고 정신없는 날들이 이어지지만, 그만큼 보람도 큰 것 같습니다. 하얗게 쌓인 눈처럼, 올해도 우리 손으로 차근차근 쌓아 올린 35일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네요.
이 겨울, 한 해의 마지막 절임 배추를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정직한 마음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싱싱이]님 이2025-12-05 오후 8:56:37에 남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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