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한여름이 오지도 않았는데, 요즘 날씨는 벌써 30도를 넘나들고 있어요. 그래도 다행히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간지럽히듯 스쳐주니 그나마 견딜만하네요.
며칠 전 새벽 5시 30분. 늘 그렇듯 하루는 한우들에게 사료를 주는 일로 시작됩니다. 축사로 향하던 그날 아침, 축사 아래에 있는 우리 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늘 보고 지나는 논이지만, 그날은 무언가 낯선 움직임이 시선을 사로잡더군요.
“멈칫…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논에서 우렁이를 신나게 뒤적이며 돌아다니는 수달이었어요! 논에 잡초 제거용으로 넣어둔 우렁이를 찾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고 있더라고요. 동네 어르신들 사이에서 “요즘 개울에 물고기가 씨가 말랐다더니 수달 때문이더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직접 보게 될 줄이야
그래도 신기한 건, 벼는 망가뜨리지 않고 조심히 다닌다는 점이에요. 조용히 바라보다가 “야!” 소리쳤더니 번개처럼 개울로 도망가더군요. 무농약 벼를 키우다 보니 우렁이는 물론이고 두루미까지 찾아오는데, 이제는 수달에 자라까지… 논이 마치 작은 자연 생태계가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그렇게 신기한 구경을 마치고 나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돼요.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어미소를 둔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여야 하거든요.
배가 홀쭉한 송아지를 보고 수의사 선생님께 상담했더니 “서울우유 따뜻하게 데워서 먹이세요”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우유병을 붙잡고 쪽쪽 빨아 순식간에 다 먹고는 더 달라고 졸졸 따라다니더니, 어느새 남편만 보면 달려오는 귀여운 버릇까지 생겼어요.
그렇게 3일쯤 지났을까요? 사료를 먹고 있는 다른 어미소 곁에 살금살금 다가가 젖을 몰래 먹는 송아지를 발견했어요. 자기 새끼가 아니면 절대 젖을 안 주는 게 일반적인데, 아마 어미소가 사료에 정신이 팔려서 눈치를 못 챈 모양이에요. 그걸 보고 저희 부부는 그만 웃음이 빵 터졌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비슷한 시기에 송아지들이 태어나면 엄마가 누구인지 구별이 안돼서 옷을 입히고 색깔이 있는 끈을 묶어 구별을 했는데 이제는 목걸이에 엄마 번호 ,태어난 날짜, 성별을 기록 할 수 있어서 편리해졌어요
“먹고 살려니 너도 참 고생이 많다~” 하고 쓰다듬어줬어요.
그러더니 요즘엔 우유를 줘도 고개를 돌리고 뱉어내더라고요. 이제는 진짜 젖과 우유 맛의 차이도 아는 것 같아요.
지금은 장난도 잘 치고, 또래들 못지않게 영리하고 똘똘하게 잘 자라고 있어요.
논에서는 수달이 우렁이를 뒤쫓고, 축사에서는 송아지가 엄마 젖을 찾아 헤매는 이 풍경. 이런 일상이 피곤할 틈 없이 바쁘고, 또 그만큼 정겹습니다.
[싱싱이]님 이2025-06-12 오후 2:43:50에 남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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