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만에 햇살이 찾아온 하루였습니다. 봄 볕의 따뜻한 기운을 온몸으로 받으며 지나간 시간이, 참 고맙게 느껴졌지요. 4월15일 해마다 이어지는 못자리 준비를 위해 볍씨 파종을 했습니다. 이웃 네 가정이 함께하는 품앗이 인데요
제일 먼저 우리 못 자리를 시작으로
자리를 옮겨 다른 농가의 못 자리를 합니다 어느덧 연례행사 처럼 자연스레 이어져 온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런데 이틀 동안 내린 비가 우리를 참 힘들게 했어요 싹이 잘 튼 볍씨를 마당에 널어 햇볕에 뽀송뽀송하게 말려야 하는데, 비가 마당을 도무지 내어 주지를 않더라고요.
결국 마당 대신 창고로 옮겨 쏟아 놓고, 대형 선풍기를 틀어보기도 하고, 물기를 흡수하는 부직포도 깔아보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보았지만... 끝내 고추 건조기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편은 행여나 볍씨가 잘못될까봐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자고,몇 번이나 살피러 나가는 걸 보면서 그 정성과 걱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지요. 우여곡절 끝에 아침 8시, 파종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그날도 아침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내려가서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린 날씨였지만, 모두가 열심히 움직였어요. 비록 파종기계는 오래되어 녹도 슬고 여기저기 삐그덕 소리를 내지만, 아직은 제 역할을 잘 해내주고 있답니다.
1차로 흙이 담기고, 물이 주어지고, 볍씨가 뿌려지고, 다시 흙으로 덮인 후 하나씩 하우스 안에 차곡차곡 쌓아 올렸습니다.
그 위엔 비닐도 덮고, 멍석도 덮고, 이불까지 덮어 따뜻하게 보호해주며 싹이 잘 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합니다.
한 낮의 하우스 안은 마치 사우나처럼 후끈 후끈 합니다. 너무 뜨거워서 볍씨가 고온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작은 온도 변화에도 민감하게 살피며 하루를 보내야 하지요.
이렇게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사람 손길이 정성으로 더해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매년 새로운 계절을 맞이합니다. 올해도 무사히 싹이 트고, 건강한 모가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싱싱이]님 이2025-04-17 오후 1:37:36에 남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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